결혼 - 2.

구시렁 2004. 10. 27. 14:27
결혼 - 2.
2001년 4월 26일
어제는 친구 셋과
아내와
그렇게 다섯이서 향일암에 갔었어.
향일암은 여수 앞바다 돌산도의 남쪽 끝자락에 있는
암자야.
달보기엔 서산 간월암이고
일출은 남해에선 향일암이라지.

향일암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어찌나 아름다운지

망망대해인 동해나
털털한 서해의 중간쯤이라
난 남해를 가장 사랑하는데,
향일암 관음전 난간에 기대 바라보는 바다를 그 중 특히 사랑하지.
뭐 개인적인 인연의 차가 있으니
왜 상주의 남해금산의 보리암이나
땅끝 그 낮은 바다보다
향일암을 더 좋아하느냐는 구구한 것은 빼고.

갓김치에 동동주 두 동이 먹고 슬금슬금 향일암에 올랐다가
지독한 황사 탓에 그 바다 맛만 보고는
내려와서 어느 횟집에서 술먹고
한 친구는 일생일대의 중대사가 걸린 약속이 있다며 여수에서 광주로 떠나고,
남은 우리는 여천에 들렀어.
또다른 한 친구가 관련자여서 여천시립국악관현악단의 정기연주회를 잠깐 봤는데,
풀피리가 관현악 도중 합주를 하대.
듣기 좋았고, 그 친구의 안내로
어느 식당에서 서대회를 먹었어.
말로만 듣던 여수 서대를 드디어 먹었지.
제철은 아니라지만, 밥에 비벼먹는 그 맛은 참 좋더군.
밥에 비빈 뒤에 그것을 안주로 하는 것은 꽤 특이한 일이었어. 속이 든든해서 잘 안 취한다더군.
그리곤, 버스를 타고 코골며 자다 집에 왔지.

얘기는 이제 시작이야
하자마자 곧 끝나겠네.
광주에서 여수로 가는 버스 안에서
아내와 내가 나눈 이야기

향일암 가서 바다 볼 생각에
또, 회 먹고 술 마실 생각에
설랜다.

그런데,
왜 당신이랑 함께라는 것이 설래지 않지?

연애할 땐, 어디를 가느냐가 중요치 않았지.
저 푸른 남해 바다면 어떻고, 작은 또랑이면 어때
당신이 있으면 좋았지.
손 끝 스침에 눈길 닿음에
설레고 짜릿했지.
그러나, 결혼이란.

알지?
연애만이 살 길이다.
결혼을 느리빼라.
"버티고 또 버티자."
달걀의 연중 상시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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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g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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