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필(權滭)〈征婦怨〉(남편을 전쟁에 내보낸 아내의 원통함)




권필이 엮은 《도학정맥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交河霜落雁南飛 : 교하에 서리 내리고, 기러기는 남쪽으로 날아가는데

九月金城未解圍 : 9월 금성의 포위는 아직 풀리지 않았네

征婦不知郞已沒 : 아내는 전장에 나간 남편이 이미 죽은 줄 모르고

夜深猶自擣寒衣 : 밤이 깊도록 겨울옷을 짓느라 다듬이질을 하네



 임진왜란 당시에 지은 시라는데, 교하가 파주의 그 교하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금성(金城)도 강원도 김화군의 면, 경남 하동군의 면, 경북 의성군의 면, 전남 담양군의 면 중 하나일 수 있는데, 역시 미상입니다. 사실을 바탕으로 쓴 시라면, 왜란 당시 권필의 행적과 임란의 역사를 꼼꼼히 따져 보면 혹 정확히 알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이 시를 읽는 데는 그런 것이 구체적이냐 관용적이냐 따지는 것이 별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겨울이 되어 가는데, 전쟁이 계속되고 있구나 하는 선경으로 앞 두 구를 통치고, 뒷 두 구만 열심히 보면 됩니다. 전쟁에 끌려간 남편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아내, 간절히 무사귀환을 바라는 아내, 허망한 다듬이질 소리.

 화자와 독자는 이미 알고 있는 비극. 생각하기도 싫은, 죽음 인지 이후의 찢어지고 터지는 슬픔. 끔찍한 전쟁입니다. 지긋지긋한 전쟁입니다.

 전쟁을 일으켰거든 서양 기사들처럼 나를 따르라 할 일입니다. 그런데, 이 땅에서 전쟁을 일으킨 자들은 애먼 백성들을 앞세우고 니가 가라 해 왔지요. 도탄에 빠지는 것은 언제나, 백성들뿐입니다. 

 정몽주도 같은 제목의 시를 남겼네요.


一別年多消息稀 : 순식간에 헤어지고서 소식조차 끊긴 지 몇 해던가요

塞垣存沒有誰知 : 변방에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 누가 알는지요

今朝始寄寒衣去 : 오늘 아침에야 겨울옷을 부치러 가는 아이는

泣送歸時在腹兒 : 당신을 울며 보내고 돌아올 때 뱃속에 있던 아이랍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붙잡아둔 것입니까? 유복자가 병사로 끌려간 아비의 옷을 전하러 먼 길을 나설 정도로 컸으니 말입니다.

 전쟁이 사라져야,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제 배를 불리며 특권을 유지하는 자들도 사라집니다. 그래야 두 시에 드러난 백성들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수 있습니다.







Posted by dalg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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