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조, <詠琴>



백아가 금을 타는 모습. 베이징 원명원 회랑에 있는 그림 

authorshipShizhao



 

瑤琴一彈千年調 : 훌륭한 금(琴)으로 천년의 곡조를 탔건만

聾俗紛紛但聽音 : 어리석은 사람들은 어지러이 다만 소리를 들을 뿐이구나

怊悵鐘期沒已久 : 슬프고 슬프도다, 종자기가 죽은 지 오래러니

世間誰知伯牙心 : 세상 어느 누가 백아의 마음을 알아줄고



 성리학 원리주의에 입각한, 군자의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조광조. 자신의 뜻을 세상 사람들은 몰라 주었지요. 자신의 생각을 훌륭한 금(瑤琴)으로, 길이길이 남을 위대한 곡(千年調)이라 표현하는 데서 그의 웅지, 자부심, 나아가 우월감을 봅니다. 하지만, 자신의 이상이 아무리 옳아도 그것을 찬찬히 일러주고 타인의 고개뿐 아니라 마음도 움직여야 훌륭한 지도자가 아닐까요? 평범한 사람들을 어리석다(聾) 하는 데서 이미 타인보다 우월한 자리에서 남을 가르치려 드는 안하무인의 자세마저 보입니다. 처음엔 훈구파에 맞서 싸울 기둥으로 조광조를 조정에 들인 중종이 결국 남곤 등의 손에 조광조를 넘겨 버린 일도 이해가 갑니다. 왕마저 가르치려 드니 질릴 수밖에요. 

 현실 정치를 하면서, 바다를 생각하고 금을 타면 ‘파도가 넘실대누먼’ 하고 들어주는 종자기가 없음을 아쉬워하며 깊은 슬픔(怊悵)에 잠겨 있으니, 조광조는 노련한 정치가라 할 수 없습니다. 이심전심의 동지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라는 행위의 큰 축은 반대자들과의 협상, 무관심한 이들을 유도하는 등 자신의 생각으로 유인하는 것이니까요. 역사에서 도덕이나 학문적 우월감의 관철만으로 성공한 정치적 집단이 있던가요? 심지어 종교에서도 원리주의는 물론 아예 사라지지 않고, 독한 자국을 세상에 남기기는 하지만, 결국 아주 잠깐 나타났다 사라질 뿐입니다.

 율곡 이이는 조광조가 “어질고 밝은 자질과 나라 다스릴 재주를 타고났음에도 불구하고, 학문이 채 이루어지기 전에 정치 일선에 나간 결과 위로는 왕의 잘못을 시정하지 못하고 아래로는 구세력의 비방도 막지 못하고 말았다.”고 평했습니다.

Posted by dalg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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