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5일, 전라남도 보성군 율어면 유신리 125번지, 보물 제944호

보물이었지만, 아마도 범인은 모를 사료적 가치가 훨씬 크겠지만, 근처에 있는 사곡리 마애여래좌상보다 감동이 못했다. 그건 오로지 마애불을 덮어 버린 전각 때문이다. 서산마애삼존불상도 전각에 보호받을 땐 감동이 덜했더랬다. 만들어진 그대로 툭 트인 데서 하늘을 보고 빛을 봐야 갖가지 모습도 선명해지고 아름다움이 물씬 풍겨나오는 것이다. 눈을 부릅떠도 인상을 느낄 수 없는, 뭉개지고 붉게 산화된 얼굴만 볼 수 있었다. 가슴 아프다. 전각 없던 시절 사진을 봐서 더욱 그랬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실린 사진이다. 전각이 없을 때는 광배와 그 바깥에 일렁이는 불꽃이 선명하다. 비록 코는 뭉개졌으나 잔잔한 웃음을 짓는 눈매와 입매가 또렷하다. 감동이 컸을 것이다.

부처가 굽어보는 전경이 참 좋은데, 처한 자리도 딱 좋은데, 이리도 답답하게 각을 세우고 말았다. 플래시 터뜨리는 무례를 범해야만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함께 간 엄니는 웃는 얼굴이 뵈인다셨다. 전각에 화난 마음이 웃음을 허할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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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g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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