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3일, 경기도 안성시 삼죽면 기솔리 산33-1경기도 유형문화재 제36호


두 분이 나란히 서 계신다. 사람들이 한 분은 남미륵불로 나머지 분은 여미륵불로 부른다는데 척 보면 왜 그런지 안다. 얼굴과 몸의 비례도 어색하고 썩 훌륭한 솜씨가 아니라서 고려시대 안성 지방 특유의 부처라 할 수 있다고. 앙증맞은 갓을 쓰고 있다. 수인은 손가락을 모두 펴고 바닥을 보이면서 오른손은 선서하듯 들고 왼손은 땅으로 죽 편 시무외인과 여원인 모양인데, 두 부처 다 손가락 모양이 사뭇 다르다.


여미륵이라 불리는 부처는 참 온화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코가 한 경기 치르고 부러져 부어 있는 것처럼 너무 커서 어색한 것을 빼면 눈매와 입매가 매우 그윽하며 잔잔히 웃고 있어서 보는 중생의 마음이 따뜻해진다.  

압권은 남미륵불이다. 이 뒤로 떡 버틴 자세하며, 거대한 목에 새겨진 삼도, 하필 포청천이랑 비슷하게 이마에 초승달 모양 흉터같이 도드라게 파인 백호, 살짝 찌푸린 듯한 인상. 한마디로 범죄형인 것이다. 죄 많은 나는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사주가 같게 나온다는 형사와 깡패, 둘 중 누구든 그 앞에 선 것처럼. 


그악스러운 위압과 포근한 위로가 나란히 있다. 할 욕은 하고 결국 안아 주는 가족처럼. 세파가 아무리 드세도 든든한, 나의 기댈 언덕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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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g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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