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지대

가 보다 2011. 2. 23. 19:54
2011년 1월 19일,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사목리 190, 앙지대

저녁에 화정에서 술 약속이 있어서 느지막이 일어나 천연기념물인 송포의 백송을 구경하고, 반구정을 보러 갔다. 문산역에 도착하니 네시 반이 넘었고, 해도 지려 해서 거기 간다는 마을버스를 기다리려다 택시를 탔다. 한창 추울 때이기도 했거니와 눈은 쌓여 있고 오가는 이도 아무도 없어서 분위기 묘하다 싶더니 폐장 시간이 동절기라 다섯시라고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황희정승유적지라고 개발된 유적지가. 해는 이제 한강 너머로 사라지려 하는데 문은 굳게 닫혀 있고, 아쉬운 발길을 옆 산으로 돌렸다. 담벼락 따라 돌면 멀리서나마 보이지 않을까. 음식점 옆으로 유적지 담벼락과 강안 철조망 사이로 눈에 발 푹푹 빠지며 한참 갔더니 보이나니 정자. 신영복 선생이 황희와 한명회를 비교하면서 그들이 남긴 반구정과 압구정의 오늘을 보면서 역사를 돌아보시던 말씀을 떠올리면서 낙조에 물든 '반구정'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왔다. 철조망에 갇혀 답답해 뵈는 풍광을 '군사문화적'으로 느끼면서. 그런데, 찍은 사진을 확대해 보니 정자 이마에 붙은 한자의 끝 자가 대(臺)라 좀 이상했다. 최근 확인해 보니 1915년에 그 자리에 있던 반구정을 옆으로 옮기면서 새로 지은 육각정인 앙지대였다. 본래 반구정 자리에 있는 앙지대를 반구정이라고 보고 온 것이다. 준비 없고 무식한 자의 노골적 일상이었다. 그러나 한참 걸어서 큰길 가에 있는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30분을 버스 기다리며 얼어 있으면서도 행복했다. 반구정 보았다고. 흐흐. 언젠간 진짜 보고 말테다.

 
나무 앞에 뜬 달. 버스정류소 투명 플라스틱에 비친 달을 찍었더니 요상한 그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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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g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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