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때 동기창이 왕유의 화풍을 따라 그린 산수화

출처 : 위키미디어 공용




空山不見人 : 빈산이라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但聞人語響 :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 오누나

返景入深林 : 저녁볕이 숲 속 깊이 들어와

復照靑苔上 : 다시 푸른 이끼를 비추네



 제 아내는 이미지가 풍성한 시가 좋답니다. 읽고 나서 자연스레 그 정경이 떠오르는 시 말이지요. 이 시를 들려주면 좋아하겠군요. 이미지가 가득한데, 향연이라 부를 만큼 뽐내며 넘실대는 것이 아니라, 수묵 담채로 은은하게 다가옵니다. 빈산 숲속에 있으니 초록이 온 몸을 휘감고 있는 가운데, 두런두런 목소리가 들려오고, 따사롭고 불그스레한 노을의 한 자락이 숲 안에 비치는데, 마침 푸른 이끼 위에 왔군요.

 왕유는 중국 한시가 가장 왕성했던 시기인 성당 사람입니다. 성당엔 시선 이백과 시성 두보가 있지요. 물론, 둘을 넘어서지는 못합니다만, 셋을 꼽으라면 들 정도로 시의 경지를 보여 준다고 합니다. 이 시에서도 관용어나 관념적 표현에 전혀 기대지 않고, 한 편의 그림을 그려내었습니다.

 이 시의 눈을 꼽으라면, 저는 ‘復’(여기서는 다시 부)를 꼽고 싶네요. 이 시 안에서 청태를 비추는 볕은 저녁볕입니다. 그런데 그 볕이 ‘다시’ 온 것이잖아요. 화자는 아침이나 낮에 볕이 청태에 든 모습을 보았던 것이지요. 그 자연스런 시간의 경과가, 화자의 느리고 겨르로운 일상이 잘 녹아있는 글자입니다.

 이날 왕유는 빈산인데 사람의 말소리가 끊이지는 않은 곳, 자연인 듯 속세인 듯한 녹채에서 詩佛이라는 별명답게 하루가 다 가도록 잠잠히 선(禪)에 잠겨 소요(逍遙)했겠지요? 남종화의 시조답게 슬쩍 필묵을 들었을지도 모르겠군요.


Posted by dalgial
T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