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구시렁 2004. 11. 22. 13:09
이력서
2004. 11. 22
무엇을 써야 할까?
신청서를 써야 하고
이력서도 첨부해야 해.
살아온 기간에 관계없이
이력서는 짧아야 해.
간결함과 사실발췌는 의무적.
풍경을 주소로 바꾸고
불안정한 기억을 정지된 날짜로 바꾸는 것.
모든 사람 중에 결혼한 사랑이면 충분하고
아이 중에는 오직 태어난 아이만.
네가 누구를 아느냐보다
누가 너를 아느냐가 더 중요해.
여행은 오직 해외 여행만.
어디의 회원이었나, 왜는 빼고.
표창 받은 것만, 업적은 빼고.
이렇게 써 봐, 자기 자신과 한번도 대화하지 않았고
언제나 피했다는 식으로.
개, 고양이, 새, 기념이 되는 폐품
친구, 꿈에 대하여는 침묵해.
가치보다 값
내용보다 제목
너라는 사람이
어디로 가느냐보다 신발의 치수가 중요해.
귀가 보이는 사진도 필요해.
무엇이 들리느냐보다 귀모양이 중요해
무엇이 들리는가?
종이를 가는 기계의 덜덜거리는 소리가.
'이력서', 쉼보르스카, 《모래 알갱이가 있는 풍경》

밥짓고 빨래널고 청소하고 용하보고
이력서 쓰고
아내 기다리고
내 것도 세절기에 갈리고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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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g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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