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에 송알송알 맺혀 꽃말에 귀 기울이는 물방울. 풀잎 위 고요히 안착하여 스스로를 빛내는 영롱한 물방울. 스며들거나 깐깐오월 돋은볕이면 증발할 것만 같은, 번지거나 명지바람이면 합쳐져 흘러내릴 것만 같은 한순간, 순간!

이윽고는 얽박고석 위 얼룩으로 남는 물, 방, 울.

- <<먼 길 가는 나그네는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솔출판사, 2007)


늦여름 소나기가 훅 지나가고 야트막하게 팬 흙길에 물이 고였는데, 참 열심히도 퐁퐁 알을 낳는 잠자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한나절도 안 돼 바짝 말라버릴 데에 혼신의 힘을 다해 공중에 떠 열심인 녀석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아등바등 붙잡는 것들이
무늬일 뿐
그마저도

사라지는

그것이 삶이고,
그것이 시입니다.

'덜그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끄러운 것?  (0) 2018.01.28
이흔복, 물방울의 시  (0) 2015.09.26
정훈, 곡처  (0) 2015.09.16
정희성, 나의 고향은  (0) 2013.07.16
스폰서 공화국  (0) 2011.09.23
가을  (0) 2011.09.20
Posted by dalgial
TAG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