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30일, 인천 도심, Liriodendron tulipifera L.


인간의 어린 모습은 예쁘다. 자칫 다칠까 세심히 다루며, 온 정신을 다해 보살피게 된다.

물론 식물의 어린 모습도 멋지다. 그 아름드리 거목인 느티나무의 무르팍에도 못 오는 어린 것의 하늘거리는 모습을 보면, 노거수를 볼 때나 마찬가치로 경탄한다.

꽃이 튤립처럼 생겨서 튤립나무라고도 부르는, 미국 원산의 백합나무도 큰 것은 70여 미터, 대개 2-30미터에 이르는 큰키나무인데, 우연히 길가에서 거의 갓난애 둘을 만났다.

욘석들의 잎은 버즘나무(플라타너스) 비슷하다가 앞코를 삭둑 잘라버린 듯 뭉툭해서 알아보기 쉽다. 어허 요놈들 엄마는 어딨나 하고 둘러보니 인도를 사이에 두고 고작 2-3미터 떨어져 있다.

식물에게 그 아득한 거리, 태어나자마자 헤어져야 하는 그 막막한 거리에 멍하니 쭈그려앉아 놈들을 바라보았다. 제법 따가운 햇살은 살랑이는 바람에 흩어질 뿐이고.

안타깝고 가슴아픈 것은 조만간 이들이 뿌리째 뽑혀 죽을 것이라는 것. 인간들의 자기 본위적 환경 조성의 특징은 잡초 제거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길가에 저희들이 심지 않은 모든 푸나무는 뽑거나 잘라버리기 때문.

노자가 그렇게 자연 자연 했고
비틀즈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Let it be 했건만
군대 갔다 온 인간들만 조경을 하는지
모조리 다 뽑아 죽이고 말겠지

잘 살라는 말을 차마 못 건네고 그저 안녕
내 깜냥은 여기까지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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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g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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