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3일,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 대농리 91,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46호

안성 쪽 돌부처 탐방 여행에서 처음 뵌 부처. 내세불인 미륵은 보살로도 부처로도 만들어진다는데, 이 입상은 부처 모습이다. 아랫도리가 땅에 묻혀 있고, 송전탑이 바로 뒤에 있고 해서 보기에 시원한 맛은 덜하다. 그러나, 요즘 아저씨들 쓰는 모자 비슷한 갓이 독특하고, 얼굴이 압권이다. 어깨까지 닿는 귀, 오똑한 코, 시원한 눈매는 어디선가 볼 수도 있는 평범한 부처의 모습인데, 입이 그 모든 평범한 인상을 누른다. 지나치게 작은 입은 일단 부조화스럽게 보이는데, 그 모습이 막 혼난 서너살 된 아이가 삐죽이는 것 같아서 무척 귀엽다. 안아주고 싶은, 혼내놓고 짠한, 잘못은 온데간데 없고 사랑스러운 그 모습인 것이다.



옆에 있는 안내판을 보면, '하반부가 묻혀 있어 전체적인 모습을 알 수는 없다'는데, 우리나라처럼 위대한 토목국가에서 왜 흙 좀 파서 전체적인 모습을 보려 하지 않는지 알 수가 없다. '조각의 수법 면에서는 해이해진 고려시대 불상'이라는 대목에서 웃음이 난다. 딴 안내판에는 이런저런 모습에서 어떤 시대의 양식을 볼 수 있어서 어느 시대 전기니 후기의 불상이라 볼 수 있다는 류의 구체적인 근거를 갖춘 학술적인 글을 보게 되는데, 이건 너무 '해이'한 시대 획정이 아닌가. 어쨌든 성격이 비뚤어져서 그런지 좀 해이하고 부족하고 정격에서 벗어난 것이 아름답다. 

호들갑을 떨다 그만, 55mm 단렌즈 하나를 바꿔 낀 다음 철제 난간에 놓고, 어머니가 물려 주신 지쪼 삼각대를 장모가 만들어 주신 가방에 넣어 둔 채 돌아 나오고 말았다. 아양동 돌부처를 보고 기솔리 돌부처를 보러 가서 고 분들 얼굴 찍으려고 렌즈 찾다가 놓고 온 걸 알게 되었다. 거기까지 갔는데 바로 옆에 있는 국사암 돌부처를 안 보고 갈 수 없어서, 고까지 들리고 다시 이 곳 대농리에 왔더니 허허. 묘한 일이다. 누가 가져간 거라면 둘 다 들고 갔을 텐데, 렌즈는 난간에 아무 일 없이 있건만 삼각대는 없었다. 땅바닥은 보이는데 허리춤은 안 보였다니. 의도하지 않았으니 공덕도 못 쌓는 공양 비싸게 했다. 누군가 잘 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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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g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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