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때 주문정(周文靖)이 이 시 3·4구를 그린 산수화
출처 : 위키미디어 공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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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thousand mountains, no sign of birds in flight; |
며칠 쓸데없는 고민이 한가득이었는데, 이 시를 외우면서 씻은 듯 말끔해졌답니다.
앞 두 구에서 화자는 다짜고짜 온 산에 새들이 전혀 날지 않고, 모든 길에서 사람 자취가 끊겼다고 합니다. 뭐지, 왜지 싶은데, 3구에선 뜬금없이 도롱이에 삿갓 걸친 늙은이가 배 한 척에 탔답니다. 4구가 시작하고서도 그 늙은이가 홀로 낚시를 한다고 말할 뿐입니다. 추운 강에서.
그러고서 맨 마지막에야 ‘雪’을 던집니다. 아! 눈이 왔구나. 아주 엄청나게 왔겠구나. 그래서, 새도 안 날고, 사람도 오가지 않았구나. 제일 마지막 글자를 보고 앞 경치의 상황을 이해하게 되는, 그 깨달음이 재밌습니다. 그런데, 한 발 더 나가지요.
엄청나게 눈이 많이 와서 인간은 물론 날짐승조차 나다니지 않는 때에, 왜 이 아저씨만 강에 나왔을까? 자연스레, 굴원의 “擧世皆濁 我獨淸 衆人皆醉 我獨醒”이 떠오릅니다. 그렇구나. 세상이 온통 더럽고, 사람들이 다 취했구나.
그래서, 시 속 노인은, 그예 유종원은, 추악한 세상과 불화한 많은 선인들은 정지용이 장수산에서 그랬듯이 “오오 견디랸다 차고 올연(兀然)히 슬픔도 꿈도 없이” 홀로 낚싯대를 드리웠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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