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자 - 이 시대의 사랑 |
2001년 4월 5일 |
음양의 조화인가 오래전부터 노래를 들을 때면 여성 솔로를 자주 듣곤 한다. 이상은, 한영애, 정경화, 장필순, 이은미, 장혜진. 최근에 황보령이라는 가수를 발견했는데, 혹시 누가 앨범 있거든 빌려주거나 복사해서 줬으면 좋겠다. 어디서도 안 팔더라. 앨범 제목이 '귀가 세개 달린 곤양이'인데 제목은 모르겠고 두 번째 노래가 참 너무너무 좋더라. 황보령 홈페이지 가서 들어보길. 얘기는 항상 삼천포로 빠진다. 아마도 술자리에서 잔뼈가 굵은 말길이라 그렇겠지. 언젠가 얘기한 적 있듯, 한 얘기만 집중할 줄을 터득하는 것이 참 어렵다. 여하튼 내가 좋아하는 시인 가운데 여성 시인이 세 분 있는데 김혜순, 김승희, 최승자이다. 사람이 좋아하는 모든 것이 그렇지만, 시면 시, 음악이면 음악에 대한 상식이 많은 것보다는 이해가 더욱 필요한 일이다. 많이 아는 것보다 느낄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지. 평론가들의 평론에 정이 잘 안 가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감동인데, 그이들은 직업이 직업인지라 감동 없이 보따리만 늘어 놓는 탓이다. 하여튼 우리는 평론가를 꿈꿀 일이 없으므로 편식을 할 수밖에 없고, 편식해서 나쁠 것도 없다. 결국, 우리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할 때, 그것은 편식의 토로이며, 당연히, 지식이 아니라 본인의 감동을 말하게 된다. 최승자 시인을 떠올리면 바로 이 절창이 떠오른다.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 싶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앵글. '내 청춘의 영원한' -이 시대의 사랑 앞뒤 안 돌아보고 옆만 챙기며 미친듯이 놀던 때가 있다. 난 좀 그 시기가 길었던 듯싶고, 지금도 그런가 물끄러미 생각해야 하지만. 94년 내지 95년에 '이 시대의 사랑'이라는 그녀의 첫 시집을 접했다. 덧붙일 말이 없지. 캬 청춘. 삼박자. '그는 병난 시계 같이 휘둥그래지며 멈칫 섰다.' 박용철의 '해후'라는 시다. 경험이 있는 자들은 알껄. 이보다 더 그 말을 실감나게 표현하기는 어렵지. 최승자의 '-청춘-'도 나에게는 내 질풍의 시기를 도장처럼 찍어내는 절창이다. 예견이기도 했고, 확인이기도 했고. 괴로웠고, 외로웠고, 그리워했다. 이 때 지나가는 많은 회한에 거실에서 자고 있는 아내를 슬쩍 쳐다보는 것이 결혼이다. 알지? 견디고 또, 견디자. 다음 번에는 조금은 진지하게 얘기하기로 한다. 음, 시집 한 권 씩 얘기하면 되겠군. 오늘 이 이야기는 최승자 서설이면서 '이 시대의 사랑'편이었다. 끝에 적는 시는 '꿈꿀 수 없는 날의 답답함'이다. 이러한 사람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나는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싶었다. 아니 떨어지고 있었다. 한없이 한없이 한없이 ................ ........ ... 아 썅! (왜 안 떨어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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