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없던 금요일
아침에 버스를 타고 홍성에 갔지
삽교에 있는 예산 삽교읍 석조보살입상을 먼저 보고
수암산 능선 거쳐 용봉산 능선을 눈 밟아가며 오르락내리락
병풍바위에서 용봉사로 내려가
저 높이 능선이 보이는데 다시 올라가기가 너무 힘들더라
비록 400미터도 안 되지만 그 꼭대기를 능선 타고 넘어서 반대쪽으로 내려가야
상하리미륵불을 볼 수 있는데 이미 세 시간 넘게 걸은 터라 발걸음이 안 떼지더라고
그래서 일주문 지나 하산을 시작했지
다 내려가 산 어귀에 휴양림이 나왔는데 그만 산 중턱으로 나 상하리까지 닿을 것만 같은 길 입구를 봤어
네 시가 넘어가니 해는 기울기 시작했으나 한 시간만 가면 되지 않을까
싶어 발걸음을 옮기고 말았지
산허리를 가로로 가는 길인 줄 알았으니 이제나 저제나 옆으로 틀어지는 길이 나오겠지
했으나 결국 용봉산 봉우리로 오르는 가장 가파른 계곡길을 타고 말았어
그야말로 빼도박도 못하고 용봉사서 조금만 오르면 갈 능선을 죽을동 살동 오를 밖에
그렇게 산을 넘어 상하리미륵불을 보는데 어찌나 반가운지 눈물이 찔끔 날 뻔
산을 벗어나니 밥집이 있어 시래기국을 시켜 먹고
홍성역 가는 버스 시간을 물었더니
끊겼대.
여섯시 좀 넘었는데
이래놔서 밥먹고 산다며 배시시 웃는 기사 아줌마랑 두런두런
택시 타고
역에 가서 입석 기차 타 식당칸에 옹색하게 앉아 졸다가 귀가했지
술먹자는 총각 친구 둘의 유혹을 뿌리치고(술자리가 너무 멀어서 엄두가 나지 않아서)
집에 들어와 땀과 추위에 전 몸을
뜨거운 물로 달래고선
이젠 아주 시원해진
아들놈의 등 밀이
그 맛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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