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適, 〈田家春望〉(농가에서 봄을 바라보며)



出門何所見 : 집을 나섰으나 볼 만한 것은 딱히 없는데

春色滿蕪 : 봄기운이 빈 들에 가득하네

可歎無知己 : 불쌍하도다. 날 알아줄 이도 없이

高陽一酒徒 : “고양 땅의 한낱 술꾼이라오”나 외치고 있는 꼴이라니



 이 시의 지은이 고적이 잠삼 또는 잠참이라 읽히는 岑參과 더불어 성당 시기의 변방 시인으로 이름난 분이니, 이 시의 배경이 당나라의 변방일까요? 그렇다면 문 밖 봄기운이 가득한 곳이 잡초가 무성한 편평한 들’을 뜻하는 蕪인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장안과 같은 도심지였다면 평무가 있을 리 없고, 제목의 농가[田家가 평범하다면 문 밖이 평무보다는 곡식이 자라는 들일 테니 전화가 자주 휩쓸어 황량한 변방 요새 지역의 잡초만 우거진 들이 시의 배경이 되는 것이 퍽 자연스럽습니다.

 이 시의 재밌는 부분은 결구인데요. 선학들의 말씀을 찾아보니 ‘高陽一酒徒라는 구절은 초나라와 한나라가 중원을 놓고 싸우던 시절, 유방의 참모였던 역이기(酈食其, ? ~ 기원전 204년)라는 이가 한 말이더군요. 역이기는 선비였는데, 유방에게 나아가 등용을 청했으나, 평소 학삐리들을 거들떠보지 않던 유방이 아예 만나주지도 않자, 바로 이 말 高陽一酒徒’를 소리쳐 유방의 관심을 사고 결국 등용에 이르렀답니다. “(나는 학삐리가 아니다.) 고양 땅의 한낱 술꾼이다! (그러니 나를 한번 써 봐라.)”  

 고적 역시 등용의 포부를 담아 그 구절을 그대로 가져왔을까요? 그런데, 이 시의 분위기는 고적이 야망을 힘껏 뽐냈다고 하기에는 좀 허허롭고 쓸쓸합니다. 유방과 같이 자기를 알아주었으면 하는 분도 없는 빈 들을 앞에 두고 슬쩍 읊조린 高陽一酒徒’라. 그래서, 可歎의 대상을 그 이하 모두로 보고 해석해 보았습니다. 

 씁쓸한 서러움이 가득합니다. 

Posted by dalgial
T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