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5일, 전라남도 보성군 겸백면 사곡리 초암산 금화사지,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음

애초에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하고 출발했다. 율어면에 있는 유신리 마애여래좌상 보는 길에 가볍게 들르리라 생각고 갔다. 사곡리에 들어섰으나 설이라 마을회관에 어르신들이 안 계셔서 인기척 있는 집에 들어가 묻기로 했다. 한 할아버지가 계셨고, 당신 담장에 돌로 그어가며 산 입구를 알려주시고, 산 정상 가다보면 절터가 나오는데 거기에 베틀굴이랑 돌부처가 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산죽에 가려서 돌부처는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건방지고도 경솔하게 그런 데 잘 찾는다고 큰소리를 땅 쳤다. 여기서 사단은 시작되었다. 산은 가파른 오르막이 꽤 있었으나 삼십여 분만에 금화사지에 도착했다. 보성군에서 안내판을 곳곳에 잘 두었기 때문에 비록 오가는 이는 아무도 없었으나 수월했다. 그러나 입방정 때문이겠지. 절터 근처 바위에 있다는 돌부처는 흔적도 없었다. 절터 위 등산로부터 온갖 바위를 찾아 길도 없는 데까지 헤매기를 어언 30분. 목도 타고 속도 타고. 엄니가 챙겨주신 국화차는 바닥을 보이고. 아 설레발의 벌이고나. 절터 한참 밑까지 내려왔길래 다시 절터를 향해 오르막길을 오르며 좌절하고 마는 그 순간. 아무도 없던 산중에 노인과 중년의 아저씨가 지게에 나무를 지고 내려오신다. 내 눈엔 그 분들이 신선이고 천사였다. 다 기어가는 목소리로 여기 부처님이 계신다는데, 아저씨가 아버지는 먼저 내려가세요 하더니 저기 있다고 어딘가를 가리킨다. 부처 비슷한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디요, 아저씨가 나를 끌고 무릎을 좀 굽히라고 하더니 저기라고 가리키는 곳에 부처의 얼굴이 있었다. 딱 거기서만 보였다. 부처 바로 앞은 출발할 때 할아버지 말씀대로 신이대로 보이는 대나무가 가득해 부처를 완전히 가리고 있어서 절터 옆에서 등산로 쪽으로 간 다음 아저씨가 이끄는 그 자리에서만 얼굴만 빼꼼 보이는 것이었다. 몇 번이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린 다음, 미친듯이 바위를 타고 올라갔다. 올라가 보니 땅에서 2~3미터 위 바위였다. 경솔하지 않겠다고, 입조심하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하면서 돌부처를 대면하였다.

얼굴과 몸은 크게 균열이 가 나뉘어 있다. 아무것도 보호해 주는 것이 없는데도 마멸이 참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되어 광배도 얼굴도 몸도 그 품위를 잃지 않았다. 따뜻하고 인자한 인상이다. 퍼즐 다 맞췄다고 신이 난 손녀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흐뭇하며 잔잔한 웃음. 어떤 이유로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는지 모르겠으나,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지긋이 바라보신다. 내려와 안내문을 보니 대좌가 새로운 양식이라는데, 이것저것 보지 못하는 우활한 성격 탓에 눈여겨 보지 못했다. 다시 찾을 핑계가 되것다.

절터 표지판을 등지고 열 걸음 걸은 뒤 왼쪽으로 90도를 튼다. 정면에 바위들이 삐죽빼죽 있을텐데 열한시에서 두시 방향을 15도 각도 위로 샅샅이 살피면 이 돌부처의 얼굴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신이대 우거진 데 위를 세심히 보자. 혹 못 찾으면 지나가는 주민을 기다리거나 발을 돌릴 수밖에 없다. 산 밑 마을에서 마주친 중년의 부부가 허 용케 찾았다고 말씀하시는 것이 절터만 보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꽤 많은 듯했다.

요 먼 거리에서 찍은 사진은 앞서 설명한 첫 발견의 자리보다 오른쪽 등산로 방향으로 치우친 데서 찍은 것이다. 따라서 본문에서 설명한 위치에서 이 부처를 발견하지 못할 경우 절터에서 오른쪽 등산로 쪽으로 더 가서 이전에 살피던 데를 한번 더 찾아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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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보성군 겸백면 | 초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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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lg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