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다녀옴. - 첫 번째 이야기 |
2001년 9월 20일 |
동아리의 일년후배와 일년선배가 결혼해서 서울에 다녀왔다. 간만에 가는 서울이었으나, 역시 미미한 한 존재의 있고 없음에 상관없이 늘 가던 거리가 공사중이랄지 새로운 상호로 넘실댄달지 하는 외에는 무심하게 잘 있는 듯했다. 논문공개발표신청 차 학교에 들르고, 참으로 오랜만에 동생과 술을 먹었다. 소금인형이라고 연애짓 할 때 자주 가던 술집에서 자리잡고 먹는데, 녀석이 저 하고 싶다고 시작한 공부는 잘하고 있는지, 밥은 꼬박 챙겨 먹는지, 잠자리는 늘 편한지, 보기 싫은 놈이 자꾸 얼쩡거리지는 않는지, 좋아하는 사람은 생겼는지 자꾸 맘에 걸려서 결국 한다는 것이 쿨럭쿨럭 잔소리였다. 외국 나가면 대개 애국자가 된다는 말처럼 타관에서 본 동생을 보니 짐짓 엄마라도 된 듯이. 다음 날 결국, 결혼식에 늦어서 양복도 못 입고 간 걸 보면 녀석이랑 꽤 많이 먹은 모양인데 택시를 태워 보내는데 그 뒷태가 어찌나 짠하던지. 연암 박지원은 그의 글을 읽어보아 참 괴팍한 사람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자부심과 세태에 타협하지 않는 자존심이 가득한 사람이라 당연한 것이기는 하지만, 가끔은 과할 때가 있다. 또, 혹시 아시려는지? 연암이 까막눈이었다는 것.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우리말 까막이었다는군. 역시 어쩔 수 없는 중세인이지. 당시인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근대성은 이렇듯 한계가 분명한 것 같아. 그러나, 그렇게 괴팍하대도 혈육의 정은 이렇게 진했지. 형의 모습 누구랑 닮았던가 아버지 생각나면 형을 보곤 했네 오늘 형이 보고파도 어데 가 만나볼까 옷매무새 만지곤 시냇가로 나가보네. - 먼저 간 형을 그리며 가끔 거울을 보다가 놀래. 엇 이 자태는 아부지가 아닌가. 우 동생이 아닌가. 아버지가 보고프면 형을 보았다가 그 형마저 떠난 뒤에 제 모습 보려 시냇가에 가는 한 그리움이 참 사뭇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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